21세기 정치는 왜 이렇게 복잡할까? 정치의 본질과 현대사회의 변화
21세기의 복잡해진 정치
21세기에 들어 정치는 한층 더 복잡해졌습니다. 글로벌화, 디지털 혁명, 개인주의의 강화 등 사회 전반의 변화로 인해 정치 환경이 다층적으로 변했고, 그만큼 문제 해결도 어려워졌지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변화들은 정치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권력과 자원의 분배부터 지구적 현안까지, 현대 정치는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며, 그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다원주의, 글로벌화, 디지털화, 개인주의, 지속 가능성, 복합성과 같은 현대적 요소들이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들로 왜 정치가 예전보다 더욱 중요하지만 어려워졌는지를 살펴본 후, 변화하는 정치에 시민으로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정치의 본질: 권력과 자원의 분배, 사회적 합의와 질서 유지
정치는 한마디로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갖는가”**를 결정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사회에 존재하는 제한된 자원과 권력을 어떻게 분배할지 정하는 활동이지요. 예산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 누구에게 어떤 권한을 줄지 등을 결정하는 것이 모두 정치의 영역입니다. 이러한 분배 과정을 거치면서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마련인데, 정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 차이를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냅니다. 그 결과 사회 질서가 유지되고 공동체가 기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지요. 예를 들어, 선거와 의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법과 정책을 만드는 것은 정치의 대표적인 기능입니다. 이처럼 권력과 자원의 분배, 사회적 합의 형성, 질서 유지가 정치의 핵심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치에는 갈등이 따르기 때문에 때로는 시끄럽고 혼란스러워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의 조정 과정 자체가 민주사회 정치의 건강한 모습입니다. 여러 사람이 모인 사회에서 완벽한 의견 일치는 어려우므로, 정치적 절차를 통해 공존 가능한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죠. 정치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의견을 모아 결정하고 실행하는 사회 운영의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습니다.
21세기에는 글로벌화로 전 세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게 연결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하나의 글로벌 공동체처럼 서로 가까워졌으며, 세계가 여러 가닥의 실로 엮인 거대한 직조물과도 같다고 할 만큼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 직조물이 균형을 이루려면 각 구성 요소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조화롭게 엮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이러한 다양성을 관리하지 못하면, 엮인 실타래가 엉키며 갈등이 빚어지겠지요. 결국 현대 정치는 복잡한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어떻게 조율하고 통합할 것인가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다원주의의 시대: 다양한 목소리의 공존
오늘날 우리는 다원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인종, 종교, 이념, 세대, 성별 등 각기 다른 정체성과 가치를 지닌 집단들이 공존하며,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의 다양성은 한편으로는 문화적 풍요와 혁신의 원천입니다. 서로 다른 관점이 건설적으로 충돌하고 토론될 때 사회는 더욱 발전할 수 있지요. 실제로 다양성을 강점으로 삼는 사회일수록 더 건강하고 안정적이며 번영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전의 뒷면도 있습니다. 다양성으로 인한 압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수 있습니다. 각 집단은 자기 목소리를 내려 하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자칫하면 어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소수 집단이 소외감을 느끼거나 불공정하다고 여기면 불만이 쌓이고, 이는 사회 분열이나 충돌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로 다양한 집단으로 이루어진 복합 사회는 그 특성상 통치하기가 쉽지 않은 도전을 안고 있습니다. 서로 정당한 주장을 펼치는 여러 요구들이 동시에 존재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충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해결책은 드물고, 어느 정도의 타협과 양보가 불가피한데, 이를 이뤄내는 과정이 매우 어려운 것이죠.
결국 다원주의 시대의 정치는 포용과 조정의 기술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수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는 균형 잡기가 중요합니다. 다양성을 억압하는 대신 제도와 정책으로 관리하여 모두가 사회의 한 부분으로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다양성은 사회의 힘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갈등의 불씨가 됩니다. 21세기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다원주의의 도전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억누르지 않고 조화롭게 아우르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만큼 현대 정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숙제가 되었습니다.
글로벌화: 국경을 넘어 상호 연결된 정치
**세계화(글로벌화)**의 진전으로 현대의 정치는 더 이상 한 나라 안에서만 머물지 않습니다. 경제, 안보, 환경 등 거의 모든 이슈가 국경을 넘어 영향을 주고받는 시대가 되었지요. 한 국가의 정책 결정이 다른 여러 나라에 파급 efek기를 미치고, 반대로 외부 세계의 변화가 국내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21세기에는 그야말로 인류가 운명 공동체처럼 서로 얽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로 글로벌화는 국가 간 상호의존을 심화시켜 이전 어느 때보다 빠르고 강하게 나라들을 묶어 놓았습니다. 세계 여러 지역이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긴밀히 연결되면서 한쪽의 변화가 순식간에 다른 쪽으로 전해집니다.
글로벌화는 분명 많은 이익을 가져왔습니다. 무역과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과 문화 교류가 촉진되었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인재가 국경을 넘어 움직일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러나 동시에 전통적인 국가 주권의 개념이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상호 의존이 깊어지면서 각 국가가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진 측면이 있습니다. 예컨대, 한 나라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조치도 국제 무역 규범에 부딪히거나 다른 나라의 보복 관세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후 변화나 전염병 같은 문제는 한 국가만 잘해서는 해결되지 않고 국제 공조가 필수입니다. 이처럼 글로벌화로 이익과 위험이 공유되는 시대에는, 정치 지도자들이 국내 문제뿐 아니라 글로벌 거버넌스(국제 규범과 협력)까지 신경 써야 하기에 정치의 판단과 책임 범위가 훨씬 넓어졌습니다.
글로벌화 시대의 정치는 딜레마도 안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의 규범과 자국의 이익이 충돌할 때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또한 세계 시민의 보편적 가치와 각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등이 과제입니다. 모든 나라가 서로 연결된 현실에서 어느 한 국가도 완전히 고립되어 결정할 수 없기에, 국제 협력과 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정치 무대는 국내+국제의 이중 무대로 확대되었고, 그만큼 해결해야 할 문제의 복잡성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화: 정보의 홍수와 참여의 양날
디지털 혁명은 21세기 정치에 거대한 변화를 몰고 왔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등장은 정보를 전하는 방식과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TV 뉴스나 신문뿐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치 소식을 접하고 의견을 나눕니다. 거리의 집회 못지않게 온라인 청원이나 해시태그 운동이 여론을 움직이고 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는 시대가 된 것이지요. 이처럼 디지털화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목소리를 낼 새로운 창구를 열어주고, 정치인들에게는 순식간에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거대한 소통망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화에는 양날의 검과 같은 면이 있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만큼 **거짓 정보(가짜 뉴스)**도 범람하기 쉽고,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만큼 혐오표현이나 극단적 발언도 확산될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로 인해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에 더 쉽게 휘둘리게 되고, 사회가 더 분열되었다고 느낍니다. Pew 리서치센터가 1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대다수(중앙값 65%)의 사람들이 인터넷과 SNS의 발전으로 정치적 의견 차이가 더 커졌다고 답했습니다. 정치 토론의 품격도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온라인 상에서는 얼굴을 마주보지 않다 보니 표현이 과격해지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비방과 공격이 난무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 합의 형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한편으로 디지털화는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옛날에는 일부 엘리트나 언론을 통해서만 정보를 얻었다면, 이제는 누구나 방대한 정보에 접근하고 지식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지요. 소셜미디어 덕분에 정치 참여가 더 쉽게 이루어지고, 억눌렸던 목소리가 세상에 알려지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많은 시민들은 SNS를 통해 정치 의식이 높아지고 정보를 더 얻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다시 말해, 디지털 기술은 사람들을 더 잘 inform(알리기도) 시키지만 동시에 divide(분열시키기도) 한다는 양면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디지털 시대의 정치는 정보 활용 능력과 비판적 미디어 읽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정치인들은 온라인 여론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고, 시민들은 넘치는 정보 속에서 무엇이 사실이고 중요한지 가려내는 민주시민 역량이 필요해졌습니다. 결국 디지털화는 정치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모두에게 발언권을 준 동시에, 새로운 혼란과 도전을 함께 가져온 셈입니다.
개인주의의 강화: 공동체보다 ‘나’를 중시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주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전통사회에서 가족이나 공동체의 일부로 여겨지던 개인은 이제 스스로를 독립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해졌지요. 이러한 개인주의의 성장은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각 개인의 창의성과 잠재력이 존중받으면서 예술, 과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꽃피웠고, 인권과 민주주의 발전에도 기여했습니다. 실제로 개인주의의 대두는 현대 자유민주주의와 시민의 자유 개념의 토대가 되었다고 평가되지요.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독재와 억압에 저항하는 힘이 되었고, 각자의 표현의 자유와 사상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자리잡았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개인주의는 공동체의 유대 약화라는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합니다. 모두가 '나'만을 생각하게 되면, 서로 협력하여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소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공공재나 공동선을 위한 희생이나 타협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사회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하고 의무는 경시한다면, 사회적 연대는 약해지고 신뢰도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이웃과의 교류나 지역 공동체 활동이 예전보다 줄어들고, 전통적인 정당이나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옵니다. 한 보고에 따르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재 사람들은 가족, 이웃, 지역사회, 심지어 국가와도 거리감을 느끼며 점점 더 고립되고 원자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각자가 사회적 연결망에서 자신을 떼어내고 혼자만의 세계에 몰두하기 쉬워졌다는 것이지요.
이렇듯 개인주의의 강화는 정치에 양면적 영향을 미칩니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권리에 대한 감수성이 커져서, 부당한 정치 권력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시민 참여가 활발해졌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모두가 자신의 이익과 신념만을 강조하다 보니, 공동의 이익을 위한 합의를 이루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정치인들도 유권자들의 개별적 요구를 충족시키려 애쓰다 보면 전체 사회를 위한 큰 그림을 제시하기보다 소소한 요구 맞추기에 급급해질 때가 있습니다.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는 일, 즉 자유와 연대의 균형을 찾는 것이 현대 정치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모두가 자유롭게 말하지만 아무도 양보하지 않으면 결국 결정은 내려지지 않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 전체에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개인주의 시대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성숙한 시민의식과 사회적 책임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정치권과 우리 모두가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지속 가능성과 장기적 과제: 미래를 위한 정치
21세기의 정치가 직면한 또 다른 큰 흐름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요구입니다. 이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 세대까지 고려한 정책 결정을 의미하지요. 대표적인 예가 기후 변화 문제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배출해온 온실가스로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극심한 기상이변과 생태계 파괴, 해수면 상승 등의 위기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 위기를 해결하려면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를 친환경적으로 바꾸고,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탄소 배출을 감축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당장 우리 세대에 비용과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정치인 입장에서는 지금 고통을 감내하고 나중에 혜택이 돌아오는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유권자들도 눈앞의 생활비나 일자리 문제가 더 절박하기 때문에, 기후 변화 같은 장기 과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입니다.
이렇듯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정책들은 단기 성과를 내기 어렵고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치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숙제입니다. 실제로 한 연구자는 기후 변화 대응을 두고 *“우리가 직면한 가장 힘들고 다루기 까다로운 정치적 이슈”*라고까지 말했습니다. 과학자들의 경고와 증거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인식과 정치권의 행동은 더디게 따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과감한 정책을 주저하거나, 국가 간 책임 공방으로 실효성 있는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지요.
지속 가능성 이슈의 어려움은 그 문제 자체의 복합성에도 있습니다. 단순히 환경 문제 하나만 떼어놓고 볼 수 없고, 경제, 사회, 국제 정치가 모두 맞물려 있는 종합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종종 **‘울적한 문제(wicked problem)’**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뚜렷한 정답이 없고 해결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가 솟아나는 악순환적 성격을 띠기 때문입니다. 기후 변화, 인구 고령화, 에너지 고갈 같은 이슈들이 바로 그런 악랄한 문제들입니다. 이런 경우 전통적인 정책 수단이나 한두 번의 입법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지속적인 노력과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또한 정부만이 아니라 기업, 시민사회, 국제기구 등 여러 행위자의 협력이 필수적이므로 정치의 협상 테이블이 더 복잡해집니다.
결국 지속 가능성의 과제는 21세기 정치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지만, 동시에 정치의 중요성을 극대화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기후 위기 대응이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 달성 여부는 전적으로 정치적 의지와 합의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날 유엔을 비롯한 국제 협의체에서 지속 가능성 의제를 최우선에 두고 논의하는 것도, 각국 정부의 정책 방향이 여기에 맞춰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현재의 불편을 감수하는 결단을 이끌어내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정성과 책임 분담의 원칙을 세우는 것 등이 정치의 역할이지요. 21세기의 유권자들은 이제 정치인들에게 당장 표가 되는 공약뿐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비전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정치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복합성의 증가: 얽혀 있는 문제들, 높아지는 난이도
지금까지 살펴본 여러 요소들을 종합해보면, 현대의 정치 이슈들은 하나같이 **복잡성(Complexity)**이 크게 증가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개별 영역으로 여겨졌던 문제들이 이제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경제 정책은 환경과 고용에 영향을 미치고, 교육 정책은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과 연관되며, 보건 정책은 인권과 사회 안정에까지 파급됩니다. 이렇게 모든 문제가 다른 문제들과 얽혀드는 현상을 두고, 일부 학자들은 현대 사회가 **“초연결 사회”**에 진입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안을 해결하려 할 때 그 한 가지만 잘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연관된 문제들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하니 정책 결정이 훨씬 어려워진 것이지요.
또한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들도 늘어나서, 과거보다 의견 조율이 복잡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도시 개발 정책 하나만 놓고 봐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업, 지역주민, 환경단체 등 수많은 이해당사자가 있습니다. 각자 입장과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충분한 협의와 설득 없이는 추진이 힘듭니다. 현대 정치는 이렇게 다양한 행위자들의 네트워크 속에서 이루어지며, 이를 거버넌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즉, 예전처럼 정부 혼자 정책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주체가 함께 협력하고 때로는 충돌하면서 정책이 형성되고 실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전문지식의 중요성도 커졌습니다. 과학기술, 금융, 보건 등 전문 분야의 이슈들은 복잡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정치인들이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일반 시민들도 정보를 학습하며, 근거 기반의 정책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해졌지요.
복합성의 증가는 정치인과 시민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입니다. 문제를 보는 시야를 넓히고, 시스템적 사고를 기르지 않으면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동시에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으므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복잡한 세상일수록 투명한 소통과 신뢰 구축이 중요합니다.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신뢰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때, 얽힌 실타래를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1세기의 정치 리더들은 조정자이자 비전 제시자로서, 복합적인 이슈들을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역량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시민들 역시 단일 이슈만이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이렇듯 현대 정치의 무대는 과거보다 훨씬 다층적이고 복잡해졌습니다. 이는 정치의 어려움을 가중시키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와 요소를 포함하는 포용성이 높아진 측면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복잡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혜롭게 관리하는 것입니다. 갈등과 난제가 산적해 있다고 해서 정치의 기능이 마비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오히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학습과 협력의 과정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합니다. 21세기의 복잡한 정치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우리 공동체의 성숙도를 시험하는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맺음말: 정치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21세기의 정치가 이처럼 복잡하고 어려워졌다고 해서, 시민들이 정치에 등을 돌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정치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커졌고, 그 파급범위도 넓어졌지요. 경제 불평등, 주택 문제, 기후 위기, 디지털 규제 등 우리의 일상과 미래를 좌우하는 문제들은 결국 정치적 결정을 통해 해결의 방향이 정해집니다. 정치가 복잡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다뤄야 할 현안이 많고 영향력이 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정치의 변화를 외면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복잡한 세상일수록 정치의 역할이 커지며, 우리 각자의 삶도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민주사회에서 시민은 결코 방관자가 아닙니다.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시하고, 평소에 여론을 형성하며, 필요할 때는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등 시민의 참여가 바로 정치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입니다. 정치가 어려울수록 시민의 감시와 참여가 절실합니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다양한 관점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하기에, 각계각층 시민들의 의견이 모아져야 합니다. 또한 정치인이 책임 있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힘도 결국 유권자에게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거둬버리면, 정치인은 편한 길만 찾거나 일부 특수 집단의 이익에 치중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민 다수가 지켜보고 요구하면, 정치인들도 압력을 느끼고 공익을 위한 어려운 결정에도 나서게 됩니다. 그러므로 깨어 있는 시민의식은 21세기 정치의 복잡성을 풀어내는 열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시민들은 기후 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시위와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 참여에 나서고 있습니다. 2017년 독일 본(Bonn)에서 열린 기후변화 회의(COP23) 개막에 맞춰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Klima retten!(기후를 구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하는 모습처럼. 이렇게 한목소리로 행동하는 시민들의 압력은 정치 권력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대중의 요구가 분명할 때 정부와 정치권은 움직일 수밖에 없지요. 이처럼 복잡한 문제일수록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연대가 중요합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토론하고 협력하면서 집단지성을 발휘할 때, 비로소 난국을 헤쳐나갈 창의적 해결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정치란 원래 모두 함께하는 것이고, 21세기의 정치 환경에서는 이 점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변화에 관심을 갖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시민만이 복잡한 정치 현실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가 그런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더 나은 미래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