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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적 독점과 AI 시대의 가난: 기술발전이 초래한 새로운 불평등의 시대

@hackthe.life 2025. 3. 17. 09:00

근원적 독점과 AI 시대의 가난

근원적 독점의 개념과 사례

근원적 독점(radical monopoly)이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가 사회 전반에 필수불가결해져서, 그것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이나 활동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말한다. 이 개념은 사상가 이반 일리치(Ivan Illich)가 제시한 것으로, 새로운 기술이나 상품이 등장하여 기존의 자급적 활동을 대체하면서 개인이 그 기술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현상을 지칭한다. 일리치는 이러한 근원적 독점을 세 단계로 설명했는데, 첫째 도입 단계에서는 신제품이 너무 비싸 소수 부유층만 사용하고, 둘째 확산 단계에서는 가격 하락으로 대다수가 그 제품을 사용하게 되어 있으면 편리한 수준이 되며, 마지막 독점 단계에서는 사회 구조가 그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어 해당 기술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필수품이 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기술에 대한 개인의 자의적 선택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누구나 기술을 강제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역사적 사례로 자동차의 보급을 들 수 있다. 자동차가 처음 발명되었을 당시에는 값이 매우 비싸 부자들만 탈 수 있었지만, 자동차를 소유하지 못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도 가난한 사람으로 간주되는 새로운 불평등이 생겼다. 이후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도로와 도시 구조가 자동차 중심으로 변화하여, 현대에는 자동차 없이 이동하거나 생활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로써 자동차가 이동에 대한 근원적 독점을 형성하여, 개인의 이동 자유는 오히려 제한되고 자동차에 의존하는 새로운 빈곤이 나타났다는 것이 일리치의 분석이다. 현대적 사례로는 스마트폰인터넷을 들 수 있다. 휴대전화는 처음에는 일부 계층만의 사치품이었지만 이젠 없어서는 생활이 불가능한 필수품이 되었다. 실제로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전화 없이 어떻게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정도로, 스마트폰은 통신부터 금융, 행정, 교육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필수 인프라가 되었다. 그 결과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는 계층은 정보와 기회에서 배제되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가난을 겪고 있다. 일리치는 이러한 현상을 “가난의 근대화”, 즉 기술 발전으로 전통적 가난이 새로운 형태로 지속되는 과정으로 설명하였다. 기술이 발전하여 상품은 풍족해졌지만, 정작 그 기술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전에는 없었던 방식으로 상대적 빈곤을 겪게 되는 역설이 발생한다.

근원적 독점은 경제와 사회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긍정적으로는 기술 보급이 편의와 생산성을 높여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오지만, 동시에 기술 의존적 사회구조가 형성되어 대안적 선택지가 사라지는 문제가 나타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일한 기술에 의존하다 보니, 그 기술을 통제하는 기업이나 집단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실상의 구조적 독점을 갖게 된다. 그리고 해당 기술을 활용할 수 없는 사람들은 경제활동과 사회참여에서 소외되어 새로운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요컨대 근원적 독점은 현대사회에서 편리함의 이면에 새로운 불평등과 취약성을 잉태하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AI 시대에서 빈부격차 심화의 원인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의 발전은 편의와 효율을 높이는 한편, 자칫하면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가량이 AI의 활용 증대로 인해 소득 불평등이 더 악화되고 사회가 양극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AI 기술이 가져올 경제적 변화가 부의 집중과 격차 확대를 불러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첫째 원인은 AI와 자동화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이다. AI 기술은 인간이 하던 일을 일부 또는 전체 대체할 수 있는데, 특히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나 저숙련 직무부터 자동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해당 일자리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낮은 임금의 일자리로 내몰릴 위험이 있다. 반면 고숙련 기술자나 AI를 개발, 관리하는 직군은 오히려 수요가 늘어 더 높은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저숙련 노동자와 고숙련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면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다. 실제로 MIT 등에서 수행한 한 연구는 1980년대 이후 진행된 자동화가 저학력 노동자의 임금을 크게 감소시켜왔음을 지적하며, 기술진보가 상당 부분 소득 불평등을 설명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 또한 국제결제은행(BIS)의 86개국 패널 연구에서도 AI 투자가 활발한 국가일수록 상위 10% 부유층의 소득 점유율이 상승하고 하위 10% 계층의 소득 몫은 감소하는 상관관계가 발견되었다. 이 연구는 AI 도입이 노동수요 구조를 고숙련 중심으로 재편하고 노동소득 분배율을 낮추는 경향을 보여주었는데, 실제로 AI 투자가 증가한 경제에서는 전체 고용이 줄어드는 한편 중간숙련 일자리가 줄고 고숙련·관리직 일자리 비중이 늘어났다고 한다. 요컨대 AI가 일부 노동자를 대체하고 남은 일자리도 고숙련 위주로 재편함에 따라, 저숙련 노동계층의 소득이 정체되거나 감소하여 상대적인 빈곤이 심화될 수 있다.

둘째, AI 시대에는 소득뿐 아니라 부의 집중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 AI와 데이터 경제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집단은 기술을 보유하고 투자할 자본이 있는 기업과 자산가들이다. 노동을 통해 얻는 소득보다 자본을 통해 얻는 이익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AI로 높아진 생산성의 이익이 노동자보다는 기업의 소유주나 주주 등 자본가 계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한 연구는 첨단 AI 모델을 개발·소유한 대규모 기술기업들이 AI로 인한 이익의 상당 부분을 가져감으로써 오히려 부의 불평등이 악화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즉 노동을 통한 임금 격차뿐 아니라 자본을 통한 부의 격차가 AI 시대에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거대 IT기업들의 시가총액과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부와 권력이 소수 기업에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부의 집중은 상위 계층이 더 많은 자원으로 AI 기술을 선도하고 투자 수익을 독식하는 부익부 현상을 강화하여, 하위 계층과의 격차를 구조적으로 벌일 수 있다.

셋째, AI가 촉발하는 **경제적 독점 구조도 빈부격차의 원인으로 꼽힌다. 첨단 AI를 개발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데이터 자원과 연산 인프라가 필요한데, 이에 접근할 수 있는 주체는 극소수 거대 기술기업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초대형 클라우드 서버와 AI 전문인력을 갖춘 일부 빅테크 기업들은 AI 분야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가지며, 스타트업이나 중소 기업은 쉽게 경쟁하기 어렵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최신 AI 모델을 훈련하고 배포하는 데 필요한 클라우드 인프라, 첨단 반도체 칩, 거대한 데이터와 전문 인력에 접근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손에 꼽을 정도이며, 이러한 조건을 갖춘 기업들조차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의 경제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을 몇몇 플레이어가 독식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수의 AI 선도 기업이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면 후발주자는 진입하기 어려워지고, 경쟁 부재 속에서 이들 선도 기업은 막대한 이윤을 지속적으로 축적할 수 있다. 이 같은 디지털 시대의 독점은 전통적 산업의 독점보다 파급력이 커서, 독점 기업이 표준을 정하고 데이터를 독점하며 다른 기업과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요할 우려가 있다. 그 결과 시장의 부가 소수 기업에 집중되고, 중소기업이나 일반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상대적으로 줄어 전반적인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 요약하면, **AI 기술 자체의 속성(노동 대체, 기술 격차)**과 **AI 산업 구조(승자독식 독점)**가 상호 작용하여 부와 소득의 양극화를 가져오는 것이 AI 시대 빈부격차 심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AI와 자동화가 노동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

AI와 자동화 기술의 확산은 노동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경제 전반의 구조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일자리의 감소 vs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영향이다.

한편으로, AI는 산업 현장에서 사람의 일을 기계로 대체하는 자동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제조업 공장의 로봇부터 사무직의 알고리즘 비서, 챗봇을 활용한 고객 응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일자리가 AI로 대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0년 보고서에서 “2025년까지 기계와 AI로 인해 8500만 개의 기존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지만, 동시에 97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기술 혁신으로 없어지는 일자리도 많지만 그만큼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 수요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를 개발하고 유지보수하는 엔지니어, 데이터를 수집·가공하는 직무, 로봇과 함께 작업하는 운영 관리직 등은 과거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로 등장하고 있다. 실제 통계를 보면, 과거 산업혁명이나 정보화 시대에도 기술 혁신 초기에는 노동수요 감소로 실업이 늘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산업과 직업이 생겨나 총고용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AI도 이 같은 패턴을 따를 가능성이 있으나, 전환 과정에서의 단기 충격과 불균형이 현재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특히 AI는 노동의 내용과 필요 역량을 변화시킴으로써 노동시장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업무는 AI에게 넘어가고, 인간에게는 창의적이고 비판적 사고, 감성적 교류 또는 AI를 다루는 기술 등이 요구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분석적 사고, 창의성, 유연성 등을 2025년의 핵심 역량으로 꼽고 있으며, 데이터 분석과 AI, 콘텐츠 생성,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직종을 유망 직업군으로 전망했다. 이는 노동자가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술 습득과 역량 개발이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AI 활용법을 교육하거나 직무재배치를 실시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평생학습과 직업훈련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술 격차로 인해 노동시장 내 계층 분화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와 자동화는 기업의 경영 방식과 경제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AI 도입을 통해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이루지만, 동시에 인력 운용의 최적화를 도모하게 된다. 일부 기업은 고용을 줄이고도 생산량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수 있고, 이는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한편 새로운 AI 스타트업이나 서비스 산업이 등장하여 경제의 성장 동력 다변화에 기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산업, AI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등의 분야에서 신규 투자와 고용이 발생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측면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이익과 비용의 분배이다. AI로 이득을 보는 산업과 지역이 있는 반면, 타격을 받는 산업과 지역도 있어 경제 내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타격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적 개입이 필수적이다.

또한 자동화의 영향으로 노동시장 내 직업 구조가 양극화되는 현상이 관찰된다. 중간 수준 숙련을 요구했던 일자리(예: 제조 현장의 단순 관리직이나 사무보조직 등)는 자동화에 의해 감소하는 반면, 아주 높은 숙련을 요하는 전문직과 그렇지 못한 서비스직만 남는 폴라로이드형 구조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제조업에서 로봇이 조립 등을 맡으면, 기계 설계를 맡는 고급 기술자와 현장을 정리하거나 배달하는 단순 노무직은 남지만 그 사이 계층의 일자리는 줄어드는 식이다. 이런 직업 구조의 양극화는 중산층의 쇠퇴로 이어져 사회 전반의 소비 여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경제에 장기적인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한편, AI가 모든 일자리를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많은 전문가들은 AI가 사람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업무 방식을 보조하거나 인간과 협업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예를 들어 의사의 진단을 AI가 돕고, 교사는 AI 튜터와 협력하여 학생을 지도하는 형태로, **인간 고유의 강점(창의성, 윤리판단, 대인관계 등)**과 AI의 강점을 결합하는 새로운 일자리 형태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 기술 발전사에서 보듯이 인간의 욕구는 무한하여, 자동화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상품이 싸지면 새로운 수요와 산업이 생겨나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낙관적 전망에 따라 일부 경제학자들은 단기적으로 대규모 실업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한다. 다만 AI로 인한 직무 변화와 요구 역량의 변화는 불가피하므로, 노동자들이 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가 지원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실직과 불평등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요약하면, AI와 자동화는 노동의 개편과 일자리 지형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는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의미한다. 새로운 기술에 대응하여 사회가 얼마나 잘 대비하고 적응하느냐에 따라 AI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적절한 교육과 재훈련, 사회안전망이 뒷받침된다면 AI는 인류의 번영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시적인 실업 충격과 소득 분배의 악화를 불러올 위험이 존재한다. 결국 AI 시대의 노동시장 영향정책적 대응과 사회의 준비 정도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AI 기술 발전이 부의 재분배에 미치는 효과

AI 기술 발전으로 생산성과 부가 증가하더라도, 그 혜택이 사회 각계각층에 고르게 분배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술 이익의 집중으로 부의 불평등 구조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디지털 경제에 대해 연구한 결과, 디지털 혁명의 이득이 사회 전체의 복리로 고루 돌아가지 않고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디지털 기술로 정보와 서비스 접근성이 향상되는 등의 단기적 이익은 분명하지만, 그로 인한 경제적 성과의 대부분이 민간의 일부 엘리트 집단(거대 기업과 고도로 숙련된 전문인력)에 돌아가고 있으며 전체 사회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 즉 AI와 디지털 기술로 경제 규모나 기업 이윤은 커져도, 그 혜택이 일반 대중에게까지 확산되지 못하면 오히려 상대적 빈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한편 일부 경제학자들은 AI가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임금 구조에 영향을 미쳐 부의 분배 양상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자동화는 주로 저숙련 노동을 대체하여 고숙련 노동자의 임금만 상승시키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신 AI는 고숙련·고임금 직업의 일부분까지 자동화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 발전이 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를 낮춰 임금 격차를 줄이는 효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연구 모델에 따르면, AI가 변호사나 의사, 엔지니어 등 고학력 전문직의 일부 업무까지 수행할 경우 이들의 임금 상승세가 억제되어 저숙련 노동자와의 임금 격차가 다소 축소되는 결과도 나타날 수 있다 . 그러나 이런 임금 격차 축소가 곧바로 경제적 평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AI 시스템을 개발·소유한 기업과 자본가들이 막대한 이득을 가져감으로써, 노동자 간 임금 차이가 줄어도 부의 집중은 오히려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AI가 창출한 부가 소수 기업과 투자자에게 편중된다면, 설령 고·저숙련 간 임금격차가 완화되어도 전체적인 부의 불평등은 악화될 수 있다. 이는 임금 분배와 자본 분배의 괴리를 보여주는 것으로, 기술 발전으로 경제 파이가 커져도 그 분배 구조에 따라 사회적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플랫폼 경제와 디지털 독점 기업의 부상도 부의 재분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이른바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은 디지털 시장의 핵심 플랫폼을 장악하며 사상 유례없는 부를 축적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검색엔진, 앱스토어, 전자상거래, 소셜미디어 등의 영역에서 사실상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경쟁자를 압도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 결과 디지털 경제의 성장으로 인한 이득이 몇몇 거대 기업의 수익과 주가 상승으로 집중되고, 노동자 임금이나 중소기업의 성장으로 연결되는 비율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시장 집중과 독점 현상이 기술과 불평등의 연계를 강화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예컨대 전 세계 인구의 상당수가 아직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디지털 격차 속에서, 인터넷에 접속하여 데이터 경제에 참여하는 인구가 늘어도 그 데이터의 가치 대부분을 추출하는 것은 소수의 빅테크 기업이라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정부의 지원이나 규제 공백 등에 힘입어 강화된 거대 기업의 시장 지배력은 기술 발전의 혜택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제약하고 있다. 다시 말해, 디지털 시대의 부는 기술혁신의 혜택과 동시에 독점적 사업모델을 통해 일부에 집중되고 있으며, 이런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부의 재분배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사회 계층 이동성과 격차의 고착화 측면에서도 AI 기술 발전은 우려를 낳는다. 기술 발전 자체는 새로운 부와 기회를 창출하지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면 계층 이동 사다리가 끊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접근성과 활용 능력이 높은 사람들은 AI 시대에 유망한 직업을 얻거나 혁신에 참여하여 부를 축적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인터넷 접근이 어렵거나 디지털 교육을 받지 못한 계층은 양질의 교육과 정보로부터 소외되어 높은 부가가치 산업에 진입하기 어려워진다. 현재도 저소득층일수록 인터넷 미사용자 비율이 훨씬 높고, 이러한 디지털 격차는 교육, 고용, 금융 등 여러 분야의 기회격차로 이어져 기존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예컨대 인터넷이나 컴퓨터를 자유롭게 다루지 못하는 사람은 온라인 교육이나 재택근무 기회를 활용하기 어렵고,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학업 성취와 직업 전망에서 뒤처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렇듯 기술 접근성과 역량의 차이는 곧 경제적 격차의 세습으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 더 나아가 부의 과도한 집중은 정치·사회적 영향력의 불균형을 가져와 제도적으로도 부유층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는 교육 투자, 주거 여건, 네트워크 등의 측면에서 상층과 하층의 격차를 고착화하여 계층 이동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결과적으로 AI 기술 발전이 만들어낸 부의 증가는 그 자체로는 모두에게 이롭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떻게 분배되고 활용되는가에 따라 가난과 불평등의 양상이 결정된다. 기술 낙관론이 예측하듯이 AI로 인한 효율 향상이 모두의 풍요로 이어지려면, 사회구조적 장치와 재분배 메커니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만약 그런 장치 없이 시장 논리에만 맡겨진다면 AI 시대의 부는 상층에 집중되고 하층은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지는 “풍요 속의 빈곤”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따라서 기술 발전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고려와 대응이 부의 재분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정책적 대응 방안

AI 시대의 가난과 불평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제·사회정책 전반에 걸친 포괄적 대책이 요구된다. 주요 대응 방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고려할 수 있다:

  • 기본소득 도입 등 포용적 경제 정책: 기술 실업과 소득 불안정에 대비해 국민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을 도입하거나 강화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OpenAI의 샘 알트먼(Sam Altman)이나 AI 분야의 선구자인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등 일부 기술 리더들조차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부의 양극화를 우려하며 기본소득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일정 소득을 지급함으로써, 자동화로 인한 실업 충격을 흡수하고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 주는 장치다. AI로 인한 경제적 과실을 사회 전체와 공유하는 취지에서, 데이터나 로봇세 등의 형태로 기술 이익을 환원하여 재원을 마련하는 구상도 제기된다. 이 외에도 부유층에 대한 과세 강화, 소득 재분배를 위한 복지 확충, 최저임금 인상포용적 성장을 도모하는 거시 정책들이 함께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들은 AI 시대에도 누구도 빈곤으로 뒤처지지 않도록 안전망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안정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울 수 있다.
  • 노동시장 재교육 및 전직 지원: 교육과 인력개발 전략이 AI 시대의 핵심 대응이다.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노동자가 뒤처지지 않도록 평생교육 체계 구축과 직업훈련 강화가 요구된다. 정부와 기업은 협력하여 디지털 기술 교육, 코딩 및 AI 활용 역량 강화 프로그램, 재직자 훈련 등을 적극 확대해야 한 특히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는 산업의 노동자들에게 전환 교육과 일자리 알선을 제공해 새로운 분야로의 원활한 이동을 도와야 한다. 또한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데, 농어촌이나 저소득층에 인터넷 인프라와 기기 보급을 지원하고 기본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모든 국민이 AI 시대의 기회를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러한 재교육 및 역량 강화 노력은 노동 생산성 제고와 고용가능 인구 유지로도 이어져 경제 전체에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다. 나아가 학교 교육과정의 개편을 통해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창의성, 문제해결능력, 협업 능력 등을 함양하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성인 학습자에 대한 훈련 기회사회적 지원을 제공하여, AI에 대응하는 인적자본의 업그레이드를 촉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빈부격차 완화와 경제 활력 유지에 필수적이다.
  • 독점 방지 및 공정 경쟁 촉진: AI로 인한 시장 독과점을 막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한 정책과제다. 이를 위해 각국의 경쟁당국은 거대 기술기업의 인수합병을 면밀히 감시하고, 반경쟁적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예컨대 지배적 플랫폼 기업이 유망한 AI 스타트업을 선점적으로 인수하거나, 자사 AI 서비스를 끼워팔기하여 경쟁사를 배제하는 행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독점력이 큰 기업에 대한 데이터 접근 규제와 상호운용성 의무 부과 등도 검토될 수 있다. 유럽연합(EU)이 시행하는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처럼 특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에 공정한 경쟁질서 준수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제재하는 법제는 한 사례다. 더불어,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거버넌스 강화를 통해 거대 기업이 불법적으로 데이터를 독점적 자산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도 중요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예 클라우드 인프라와 AI 모델 개발 부문의 구조적 분리공영 AI 연구소 설립 등의 구조개혁적 접근까지 제안하고 있다. 이런 조치들은 AI 분야의 권력 집중을 완화하여 더 많은 플레이어가 혁신에 참여하고 경쟁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술 발전의 이익이 보다 광범위한 경제주체에게 돌아가도록 유도할 것이다. 나아가 중소기업과 지역사회가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오픈소스 AI 생태계를 육성하는 등 포용적 혁신 정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공정한 시장환경은 결국 부의 지나친 쏠림을 막고 지속적인 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는 기반이 된다.

이처럼 AI 시대의 가난과 불평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들은 소득 보전, 인적자본 개발, 시장구조 개선 등 다방면에서 종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기술의 진보가 모든 계층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회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기업, 교육기관, 시민사회가 함께 노력하여 AI 시대에도 인간의 존엄성과 경제적 포용성이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과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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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본 영상 : https://youtu.be/0KDosjF0iYM?si=wc0W4kHJTY5lGIIj